■ 모든 부재중 택배는 관리사무소로 향한다.
오후 1시 20분경 원천동에 도착하였습니다. 어제보다 습하진 않았지만, 기온이 높은 것은 여전하였습니다. 등나무벤치에는 아무도 계시지 않았습니다.“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으셨네? 무슨 날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경로당 앞에 있는 정자에도 주민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앉아있다 보니, 우체국택배 차량을 관찰하였습니다. “자택에 직접 배달은 안하고 관리사무소로 바로 가는 경우는 뭘까요?” 경비실에 맡기지 않고 관리사무소에 맡기는 것이 궁금하고 신기해서 택배기사님께 직접 여쭤보니, 전화를 해서 집에 계시는 분한테는 직접 배달하는데, 나머지는 관리사무소로 택배가 이동한다고 합니다. 경비실에 맡는 것에 대해 여쭤보니, 주공아파트는 동마다 1층에 경비실이 있으나, 경비아저씨가 거의 계시지 않다고 합니다. 이 동네 주민들이 생각하는 경비실은 관리사무소에 있는 ‘통제실’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느낀 것은, 오래전부터 주민들간의 합의로 인해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유추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민게시판을 보니, 선거관리위원회 명단을 보았습니다. 위원장은 부녀회장 총무님, 위원은 김순애 부녀회장님을 비롯해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오후 1시 30분 아무도 계시지 않은 등나무 벤치에서 주민분들을 기다렸습니다. 보통 같은 날이면, 주민이 계시지 않으면 다른 곳에 이동하거나, 카페로 가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냥 기다려보기로 하였습니다. 30분이 흘러, 김보라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약 5분 간격으로 김의료 어르신, 김고운 어르신을 비롯하여, 총 다섯 분이 벤치에 오셨습니다. 김의료 어르신은 오늘 기분이 좋다고 하십니다. 점심도 먹었고, 저녁에 먹을 반찬이나 밥도 미리 해놨다고 해서 콧노래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까지 벤치에 있을 각오를 하고 왔다고 합니다. 앉아 계신 어르신들게 벤치에 오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대답은 집은 ‘덥고’, ‘심심해서’ 라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대화할 거리가 생각나면 대화를 하시고 대화가 없을 때는 모두 사색을 즐기셨습니다. 저희는 일부러 말을 하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의 분위기에 맞췄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 어색하지 않은지?’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주민을 만나는 것이 ‘일’인 관계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친한 친구 또는 부모님이랑 있을 때 굳이 대화하지 않아도 편안한 것처럼 주민분들도 오랫동안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셨습니다.
문득, 생각난 부녀회장님은 어떤 분이신지 어르신들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들 말로는 부녀회장님은 ‘발이 불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는 사람’,‘너무 뛰어다녀서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한 사람’, ‘열정이 넘치고 성실한 사람’ 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부녀회장님을 이렇게 생각하시는 걸 들으니, 정말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아파트 복도에서 대량의 옷을 수거하는 모습을 보아 궁금중이 생겨 기사님께 “이 옷이 향후 어떤 곳으로 가거나, 어떤 일에 쓰이나요?” 여쭤보니. “글쎄요..저는 모릅니다. 그냥 수거만 하는 역할을 해서...” 궁금한 것에 답변을 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바쁘신 관계로 더 이상 되묻지 않았습니다.
■ 묻고, 의논하기
어제 ‘수박나눔’ 과 관련하여, 부녀회장님과 이야기하면서 ‘굳이 화채처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의견을 주셨지만, 어르신들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 내일 소박하게 할 수박 나눔에 대해 의견을 구하였습니다.
“어르신! 아시다시피 저희가 내일 수박을 가져와 어르신과 함께 나눠먹을건데, 혹시 화채처럼 먹기 좋게 잘라서 먹는게 좋을까요? 아님 어제처럼 그냥 뚝딱 잘라서 평소대로 먹는 것이 좋을까요?”
“그냥 잘라서 먹어요~그게 가장 맛있어요~ 수박 그 자체가 맛있지 뭘 더 번거롭게! 하하”
어르신께 묻고, 의논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담당자가 홀로 고민하고 계획했지만, 주민들에게 의견을 구하니 모든 것이 쉬웠습니다.
■ 수상하고 위풍당당한 부녀회장님, 그리고 거점 제안
어르신과 인사를 한 후 카페에 가기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106동 1층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있었는데, 멀리서 저희를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셨습니다. “누구시지? 왜 우리를 부르시지?” 가까이 가보니 부녀회장님이셨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부녀회장님을 만나뵈니, 너무 놀랍고 신났습니다. 여기에 왜 계시는 지 여쭤보니, 세를 내놓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데, 부녀회장님이 페인트 칠하는 것을 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공아파트 인근 인테리어 상가 사장님과 함께 소정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부녀회장님은 이렇게 돈을 벌어야, 지역사회를 위해 자원봉사할 수 있는 구실이 생기고, 어제처럼 주민분에게 수박을 나눠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예전, 박현진 사회복지사가 부녀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했던 것과 관련하여, 경로당 인테리어를 통해 일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리모델링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희의 사정을 알고 부녀회장님은 관리사무소 밑에 있는 경로당을 인테리어해서 경로당, 주민들의 공간과 더불어 사회복지사들이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부녀회장님이 저희를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그렇게 생각한 것에 대해 참으로 감사함과 더불어 마음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부녀회장님은 경로당 거점을 하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 소장님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부녀회에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사회복지사 및 기관에서 직접 관리사무소 소장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어르신의 동의를 받아야 부녀회에서 일을 추진할 명분이 생긴다고 합니다.
내일 수박나눔을 통해 관리사무소 소장님을 만나뵈어 따복공동체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저희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내일 오후 3시까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될 것 같다며, 수박나누기 할 때 꼭 전화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될 수 있으면 가겠다고 하는 부녀회장님, 작업복을 입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난 부녀회장님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가 됩니다.
또한, 앞으로 부녀회와 경로당 어르신 그리고 주민들과 따복공동체 사업 리모델링 관련해서 어떤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서로 잘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 원천동 거점 ‘커피다움’ 마을신문 제작을 위한 인터뷰 진행
평소 말주변이 없던 남자 사장님과 인터뷰라는 매개로 기회가 생겨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가게와 달리 우리가게의 강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 고급원두를 토대로 직접 로스팅하고, 앞으로도 손님에게 고급커피를 제공하고 싶다는 말에 정말 커피를 사랑하고 본인의 일에 자긍심이 있는 분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지역은 정이 넘치는 동네라고 합니다. 아울러, 아들 또한 사회복지를 꿈꾸는 아이라고 하여, 저희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여성 종업원은 저희가 나름 추리하여, 부부가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아르바이트 여성분이라고 합니다. 사장님의 배우자는 안양에서 샌드위치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인터뷰 중 감명 깊었던 것은 ‘사회복지사’ 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본 결과, ‘약한사람’을 돕는 사람들이라고 하셨습니다. 보통 흔하게, ‘어려운 사람’으로 표현하셨는데, (상황적으로) ‘약한 사람’ 이라고 표현해주셔서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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