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흔들 열매를 먹은 사회복지사
오늘 날씨가 매우 무더웠습니다. 행사 준비와 참여로 몸속에서 땀이 넘처 흘렀습니다. 게다가 예정에 없던, 노래부르기로 인해 긴장했는지 다리에 힘이없었고, 허벅지에 엉뚱한 힘을 주었는지 허벅지 또한 아려왔습니다. 행사 마무리가 오후 2시에 끝나, 3시까지 체력충전을 위해 실습 선생님들과 함께 쉬면서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3시가 되었습니다. 원천동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흔들렸습니다.
“선생님들 이제 가야합니다. 근데 머리는 떠나야한다고 하는데, 제 엉덩이가 안떨어지네요...흑”
‘오늘 다들 행사로 인해 피곤할텐데 조금 쉬고 내일 파이팅할까?’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힘겨운 몸과 지친 정신을 가지고 원천동을 향했습니다. 다들 피곤했는지 누구 하나 차에서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늘 원래 계획은 초복행사 후 시간이 많지 않아, 주민만나기를 짧게하고 새롭게 읽는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를 읽기로 하였습니다. 원천동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흔들흔들 하였습니다. 스터디만 하더라도 책 두께가 4~5cm, 페이지 460여 페이지이기 때문에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반성)
흔들흔들 거리는 제 마음을 잡아준 것은 실습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고 합니다.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주민을 만나야한다고 합니다.
반성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오늘은 제가 아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실습 선생님들의 저 똘망똘망하고 반짝이는 눈을 보고 내가 이러면 안되지...’
차에서 내리니, 폭염주의보답게 굉장히 덥고 습했습니다. 가볍게 정자에 들러서 어르신에게 인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힘내서 걸어갔습니다.
■ 수박, 대박 (3초 걱정, 3초후 걱정이 사라지다.)
정자에 가는 길에 뭔가 빨간색을 보았습니다, 수박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어? 수박인 것 같은데... 헐...’ 기쁨이 먼저 생각나야 하는게 정상인데, 왜 저는 걱정을 하고 있었을까요? 왜냐하면 오늘 초복행사가 끝나고 수박 2통이 남아서 이행민 과장님, 여선영 영양사님이 좋은 의미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셔서, 금요일에 조촐한 수박을 매개로 한 주민 만나기를 하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뭔가 어떤 것을 하려고 하였는데, 누군가가 먼저 하면 당황하고 아쉬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지만, 정자에 도착하니 주민분들의 표정을 보니, 바로 제가 잘못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부질없었고, 나의 개인적인 욕심을 바탕으로 좋지 않은 생각을 했구나 반성했습니다.
주민분들이 약 10명 내외로 계셨는데, 한명도 빠짐없이 수박을 맛있게 드시고 있었습니다. 앉아계시는 주민 모두가 수박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니 뭔가 뭉클거리면서 감동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사람냄새가 코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수박을 누가 가져왔는지 주위를 둘러보니, 부녀회장님과 총무님이 수박 한통을 가져와 주민들에게 나눠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였습니다. 부녀회장님은 저희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오늘 늦게 온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드렸습니다. 부녀회장님은 늦게라도 와도 다시 보니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허스키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수박을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너무 좋았습니다.
수박을 맛있게 먹으면서, 어르신들께 한 분 한 분 인사드렸습니다. 오늘 새롭게 보는 분이 7명이나 계셨습니다.
그리고 부녀회장님에게 “아이고 무슨 수박을 이렇게 준비하셨어요! 너무 맛있습니다. 저희도 수박이 좋은 기회로 생겨서 어르신들과 나눠 먹을려고 하였는데 헤헤, 금요일에 같이 수박 드시는 건 어떠세요?”
부녀회장님은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원래 생각했던 기획을 말씀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부녀회장님께서는 플라스틱컵이나 다른 분들이 드시기 좋게 하기 위해 화채모양까지 안해도 된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그냥 잘라서 먹으면 더욱 더풍성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구실’이 생겼습니다. 인사 겸 수박을 매개로 이야기하는 행사(?)를 일방적으로 저희 쪽에서만 생각했었는데, 묻고, 여쭤보니, 부탁을 해보니 더 사람답게, 풍족하게 수박을 먹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부녀회장님께서는 어르신들에게 “어르신~ 금요일에 수박이 또 올 수도 있다네~? 오후에 모두 나오셔요.” 홍보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저희에게 “그날 저한테 전화 좀 해줘요. 저도 나와서 함께 먹게 하하하”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부녀회장님과 말을 이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힘이 넘쳤습니다. 오늘 행사로 인해 피곤했던 모든 것들이 주민분들을 만나면서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수박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부녀회장님이 잠시 집에 다녀오신다고 합니다.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집으로 뛰어가셨습니다. 그리고 5분 뒤 다시 정자에 오셨습니다.
“다들 손들고 있네?하하하하 꼼짝마 같어~” (손으로 수박을 먹어 손에 수박액(?)이 묻어 13명이 모두 손을 위로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녀회장님은 집에서 두루마리 휴지 하나와 물휴지 여러개를 가지고 가러 가신 것이었습니다. 수박을 이렇게 나눠주신 것도 고맙고, 대단한데, 주민분들과 저희를 위해 더운 날 뛰면서 휴지를 가져오신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습니다.
■ 반성하다, 고민하다 스터디
스터디를 하면서 의견 나눌 때 박현진 사회복지사와 실습 선생님 2명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는 ‘반성하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왜 우리는 반성만 할까?“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못할까?“ ”그럼 또 반성만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던져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나 하나 실천하고 적용하기로 해야겠다고 서로 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 공부한 것 중 ‘처음부터 사업을 계획해 진행할 때와 진행하던 일을 맡을 때’ 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나온 것은 무엇이 어떻게 사업이 진행되었던 간에, 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수박 관련 일도 그러하지요.
그러면서 지난 제가 맡은 사업과 다른 사회복지사가 진행했던 사업들을 반추하면서 소수의 주민 및 당사자의 의견을 토대로 기획했거나(물론 소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 욕구가 과연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우리가 하기 좀 더 수월한 것을 생각해서 한 일들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고,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또 듣고 사회사업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회복지사의 중립성에 대한 주제에도 ‘사회복지사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라고 생각해도 당사자나 상대방이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나는 어느 한 쪽에 편향된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동화책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라는 책의 내용이 인상 깊은 점이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달동네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놀이터가 없었던 아이들이 어느 날 방문한 시장님에게 놀이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장님은 알겠다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장이 이런 태도로 인해 이웃들이 함께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일어났고, 결국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직접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외부 지원 및 공모에 매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손과 재료를 보태고, 동네 어른들 도움으로 동네 아이들을 위한 근사한 놀이터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향후 원천동에서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상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꿈이 생겼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또한, 욕구조사에 대해서 나오는데, 마침 우리가 앞으로 진행할 욕구조사와 관련되어 있어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객관화된 양적조사보다 인터뷰를 통한 질적 욕구조사를 하라고 합니다. 게다가 질문에 대한 예도 나와 있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동네에서 이웃이라 부를만한 이가 있는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상의하거나 부탁할 이웃이 있는가?’
‘최근 한두 달 동안 낯선 이를 도와주었거나, 낯선 이로 도움 받은 경험이 있는가?’
‘동네 사람들을 신뢰하는가?’
‘동네에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받을 마음이 있는가?’
‘동네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차나 식사를 함께할 마음이 있는가?’
‘동네 사람을 사귀는 자리가 있다면 함께할 마음이 있는가?’
‘어려움에 놓였을 때 부탁할 만한 이웃이 있는가?’
‘그렇게 이웃에게 도움 받았던 경험, 도움 주었던 경험을 말해줄 수 있는가?’
‘복지관과 이웃사이 좋게 하려고 하다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등등’
향후 욕구조사 인터뷰를 실시할 때 참고해서 부가적으로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위와 같이 반성과 고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도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생각과,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이 다 달랐습니다. 다르게 생각해서 말하면, 이는 결국 주민도 생각하는 것이 다 다들 것이고, 우리는 개별화에 맞게 어떻게 사회사업을 실천할 것이며, 같은 서비스라도 어떤 과정을 달리해서 주민들의 생활 만족을 위해 함께 도와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고민만...)
오늘 저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리저리 마음이 흔들리고 에너지도 없었습니다. 또한, 수박을 잘못먹었는지 체하고, 배도 탈나서 카페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얼굴 또한 창백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실습 선생님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러면 안되겠구나’ 라고 뼈저리하게 느꼈고, 아직도 실습 선생님들의 표정(그러면 아니되옵니다. 선생님~이란 표정...)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 다 피곤하고 힘들텐데, 저만 힘든 내색을 내서 미안했습니다.
■ 생각 더욱 더 보태기
주민분들과 함께 수박을 먹고 거점 카페에 앞에 있는 주정차불법안내 현수막에 걸려있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라는 문구가 오늘 처음으로 의미있게 와닿았습니다. 주민이 반가웠고, 주민을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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