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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3/한승일

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9월 26일 이야기

 장애아동을 키우는 30대 어머니

이은성 실습 선생님과 함께 등나무벤치에 방문하였습니다. 평소와 같이 자주 뵙던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뵙는 젊은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다닐 연령의 아동으로 보이는 아이가 상의만 입고 있어 아이에게 친구야~ 왜 부끄럽게 이렇게 벗고 있어~?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 그런데 누구신데 여기 와서 어르신들에게 인사하시나요?

  

원천동에 오게 된 이유를 간략히 소개해드렸습니다. 사회복지사라고 하니, 어머니께서 저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보셨습니다. 복지관에서 무엇을 하는지, 장애가 있는 아이가 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그러면서 장애인 공적 급여 등 많은 것들을 물어보셨습니다. 저도 장애분야가 아니라 자세히 공적인 부분에 대해 안내해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키우는데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00동에서 아이 어린이집 동행하고 잠시 쉬다 가기 위해 등나무 벤치에 들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과거에 법원 재판시 기록을 남기는 속기사 일을 하고 있었으나,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을 그만두고 아이 재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갓난 아기일 때는 장애가 보이지 않아 몰랐지만, 4세 때 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가니 지체장애가 있다고 판정이 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 교육과 장애 공적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많은 병원을 다녔고, 공단, 공공기관, 장애인복지관 등을 방문했지만, 장애판정에 대해 굉장히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복지제도  절차 에 대해서도 굉장한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어머니 말로는 힘 있고 돈 많은 가정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은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힘없고 연줄 없고 돈 없는 아이는 복지제도를 받기를 커녕 많은 돈을 지불해야한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대기 기간도 많아 언제까지 희망을 품고 살 수 없는 현실에 푸념을 하셨습니다.

  

부당한 것에 대한 것을 고치고자, 어머니는 노력하셨고, 속기사 시절 알게 된 많은 변호사들과 상담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당신이 생각하는게 맞지만,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 포기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름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하여 현재 지금 아이 관련해서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아이가 부끄럽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우리 아이 장애가 있어요 라고 말하고 다니신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아이가 하루 하루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은혜와 행운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남들보다 많은 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보탬으로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아직 멀었다고 라고 되풀이 하셨습니다. 비장애인 가정들은 절대 겪고 보지 않으면 이런 고충을 모른다고 합니다.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 말로는 지금 앉아있는 우리가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거라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어머니가 저한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속상해서 하신 말로 듣고 이해하였습니다.

  

 30~40분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어머니의 주장대로 나라의 제도가 나쁘다는 것을 떠나 보완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하지만 제 경험과 역량, 관련 분야상 제도까지 보완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복지관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원천동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단순히 서비스 연계로만 끝낸다면 다시 되풀이될 뿐 나아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떠난 후 실습 선생님과 함께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40~50대 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그런 제도를 보완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말입니다.

  

어떠한 질문과 요청에 답 또는 지원을 해드릴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희에게 고쳐달라, 보완하라, 반성해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였던 것 같았습니다.

  

듣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회복지사가 아닌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를 보완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석명절 전 바쁜 원천동 행정복지센터

이은성 실습 선생님과 함께 스터디를 하기 위해 원천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했습니다. 맞춤형복지팀장님과 주무관님, 통합사례관리사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항상 저희가 올 때 마다 비타민 음료를 주시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도 줄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실습 선생님과 함께 스터디와 의견을 공유할 때 맞춤형복지팀장님이 물건을 옮기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요청하셨습니다. 보통 주어진 일 외 부탁이 들어오면 마음이 불편한게 사실인데, 오히려 기뻤습니다. 저소득 지역주민에게 명절에 제공할 물품들이었는데, 창고에 옮기며 이동하였습니다. 창고에는 많은 명절물품이 들어와 풍성하였지만, 빠른 시간 내에 후원품이 당사자 집에 전달 되어야 해서 분주하다고 하셨습니다. 짐 옮기는게 행복했다는 것은 우리를 생각해주는 주민센터, 협력 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봤기에 행복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