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장마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것과 다르게 오늘은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경고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역시 등나무아래 벤치는 선선했습니다. 어제 만나 뵌 어르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실습생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어르신 모습을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오늘도 나오셨네요?’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어르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 어르신은 어제처럼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등나무 벤치에 앉아있는 저희가 궁금하셨나봅니다.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시길래 ‘이번 주부터 원천동으로 출근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광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왔어요.’라고 소개하며 아직 사무실이 없어 등나무 벤치로 주민들을 만나러 출근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사회복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건지, 어려운 사람을 도우러 원천동에 온 건지 궁금해 하시길래 ‘우리는 먼저 원천동 지역을 알아가고 주민들과 이야기하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그냥 얘기만 나누고 친해져서 뭐하게~?’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친해져보면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재밌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보려고요~’라고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씀을 드리자 어르신은 이어서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주공아파트 안에 경로당이 있는데 한번 가보지 그래. 나는 경로당 등록 안했어, 경로당 가면 화투도 쳐야하고... 좋은 점도 있는데 나쁜 점도 있지 뭐...', ‘이 동네는 노인들이 많아, 애기엄마들은 별로 없고 주위에 초등학교가 적다보니까 다들 크면 이사를 가서 그렇지…’, ‘그리고 거의 대부분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야’, ‘나도 올해부터 산책 겸 아침에 등나무 벤치에 나오기 시작했어, 보통 경로당 가는 사람들은 경로당가고 아닌 노인들은 벤치에서 모이곤 해’, ‘다들 원래부터 친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등나무 벤치에 모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눈거지… 여자들끼리 모이면 수다 떠는거지, 안그래?’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제 등나무 벤치를 찾아 왔던 다른 분들도 하나 둘 벤치에 앉으셨습니다.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으며 요양보호사와 함께 산책을 나오신 어르신과 목소리가 꾀꼬리 같은 여자 어르신도 함께 모여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직 성함을 여쭙지 못하여 처음 만나 본 어르신은 안경을 쓰고 계셨기에 안경 쓴 어르신으로, 다른 분들은 중절모 어르신과 꾀꼬리 어르신으로 표현하도록 하겠습니다.)
안경 쓴 어르신과 꾀꼬리 어르신은 어제도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셨었습니다. 어제는 두 분이서만 대화를 나누셨다면, 오늘은 저희들과 중절모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님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경로당에서 노래교실을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어제는 이·미용 봉사자가 방문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등나무 벤치에 모이신 어르신들은 모두 경로당을 다니지 않는 분들이셨습니다. 어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던 중절모 어르신은 경로당에 등록은 했으나 남자 어르신이 없어 방문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안경 쓴 어르신은 가사지원서비스나 재가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있어보였습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집은 사람이 와서 집 청소도 도와주고 그런다던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하지만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그 어떤 것에도 답변을 해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양보호사님이 함께 계셨기 때문에 안경 쓴 어르신의 궁금증은 해결될 수 있었지만, 사회복지사로서 노인복지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비록 주민과의 관계를 트기 위해 주민을 만나는 것이지만 오늘과 같이 사회복지 제도나 사업,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 볼 주민에게 사회복지사로서 무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에 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어제 인사하기조차 어려웠던 것에 비해 오늘의 주민만나기 활동은 긍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실습생과 저는 오늘 오전의 활동을 자축하며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본래 정해놓은 식대보다 2,000원을 더 써 7,000원짜리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실습생들도 오늘 진행한 주민만나기 활동을 함께 감사했습니다. 내일은 잘 풀릴지 어려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오늘의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도 힘차게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전 반차였던 한승일 사회복지사가 출근했습니다. 역시 한승일 사회복지사의 친화력은 큰 강점이었습니다. 제가 했을 땐 어려웠던 인사하기를 한승일 사회복지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초등학생 친구들에게도 인사 한 번, 어르신에게도 인사 한 번, 인사를 나누었던 초등학생 친구들은 조금 이따가 다시 만났을 때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등나무 벤치에 다시 갔을 때 오전에 뵈었던 꾀꼬리 어르신과 목소리가 호탕하신 여자 어르신이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한승일 사회복지사는 특유의 말솜씨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사례관리자였어서 그런지 이야기 속에서 들려오는 생활 상 어려움을 겪는 주민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더 들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은 뭘까? 주민들은 동네에서 어떤 활동을 하기를 원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저와 다르게 주민에게 다가가고 있구나. 한승일 복지사의 사례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보며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주민과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느끼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실천기록을 작성하는 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쌓여가는 경험 속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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