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지난 주 금요일과 어제 진행한 주민만나기 활동이 크게 다른 점이 없다(만나 뵌 분도 비슷했고, 이야기의 주제 또한 유사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오늘도 특별한 소득이 없으면 어쩌지.’하는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오전 회의에서 들은 초복행사 내용을 실습생들에게 전달할 겸, 오늘은 등나무벤치가 아닌 경로당 앞 정자로 향했습니다. 그냥 뭔가 등나무 벤치에 앉아계신 어르신을 초복행사에 초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옆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혹여 실례가 되진 않을까 싶기도 했고, 일 관련 이야기는 따로 이야기할까 싶어서 정자로 향했을 뿐이었습니다.
정자에는 중년여성(50~60대추정) 두 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사실 아침 내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고민 때문에 한껏 소심해진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그 두 분도 답인사를 해주셨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반대편에 앉은 저희에게 ‘어디서 오셨어요?’라며 먼저 말을 걸어 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 두 분은 원천주공아파트 부녀회의 회장님과 총무님이었습니다.
항상 만나 뵈어야 하는데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연하게 만나 뵙게 되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두 분은 이번에 선정된 따복공동체 사업관련해서 시청에서 방문하는 직원을 기다리고 계시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따복공동체 사업에 대해 여쭈어 보니, 주공아파트 내 경로당을 리모델링하고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을 운영하는 사업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공모사업은 처음 시도해보신 거라고 하셨습니다. 공모사업 서류관련 업무로 어려움을 겪던 광교대학로 주민 분들이 생각이 나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희는 언제나 환영이라 말씀드리며 서로 번호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천주공 부녀회는 1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작은 부녀회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다들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고, 책임감이나 봉사정신을 필요로 하는 부녀회활동에 관심이 없는 주민이 대부분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어떠한 책임을 가지고 나서서 마을 일에 ‘참여’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관심이 없는 주민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는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하고 싶지만 용기나 기회가 없어 못하는 사람보다, 생활이 밀려 관심조차 둘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라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듭니다.
원천주공부녀회에서도 광교대학로부녀회와 유사하게 작년 씨앗을 받아 올해 꽃심기활동도 하셨고, 벼룩시장도 열었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따복공동체 사업을 통해서 경로당의 변화를 꿈꾸고 계셨습니다. 부녀회장님은 아직 ‘사랑방’의 활용방안에 대해선 깊게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관에서 함께해주면 좋긴 하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은 부녀회장님과의 첫 만남인 만큼 욕심 없이 그저 부녀회장님의 말씀에 감사하다고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앞으로 부녀회장님과 좋은 관계가 형성돼서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동네를 꿈꾸는 마음에 보탬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오후 등나무 벤치에는 꾀꼬리 어르신과 파란바지 어르신(17.07.06일지 참고)가 계셨습니다. 꾀꼬리 어르신은 ‘또왔냐?’라며 반겨주셨습니다. 꾀꼬리 어르신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는 편입니다. 만나 뵈면 만나 뵐수록 더 퉁명스러워 지시는걸 보니 그게 친근함의 표시인가 싶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 시원한 얼음물을 나누어 주신 초록아주머니(초록색 의상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도 오늘도 초록색 옷을 입으셨습니다.)도 함께였습니다. 초록아주머니는 파란바지 어르신이랑 꾀꼬리 어르신과 꽤 친밀해 보였습니다. 초록아주머니가 백김치를 담글 거라고 말하자 두 어르신이 쫌 더해서 우리도 달라며 장난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등나무 벤치에 첫 남자 어르신이 방문하셨습니다. 이전에 저희가 없을 때, 여자들끼리 모인 등나무 벤치에 오려한 어르신께 초록아주머니가 뭐라 하신 적이 있었나봅니다. 등나무 벤치에 앉자마자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초록아주머니에게 불평을 하셨습니다. 남자 어르신이 앉아 큰 목소리로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니 꾀꼬리 어르신과 파란바지 어르신, 초록아주머니의 표정을 통해 불편해하시고 계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때 마침 하늘 위를 시끄럽게 하는 아주대학교병원 헬기를 보며 남자 어르신이 지역주민끼리 다 같이 서명을 해서 처리를 해야한다 하셨습니다. 남자 어르신은 102동 동대표이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초록아주머니는 동대표가 동별로 돌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으라고 하셨고, 꾀꼬리 어르신은 ‘다들 아파서 가는 것인데다 한 달에 헬기가 떠봤자 얼마나 뜨길래 그러냐’며 핀잔을 하자 동대표 어르신은 멋쩍어하며 꾀꼬리 어르신의 말에 동의를 하셨습니다.
등나무벤치에서는 이렇게 각자 개인의 살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마을의 살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굳이 조급해하지 않아도 ‘때’가 올 거라 확신합니다.
'지역3 > 박현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13일 이야기 (0) | 2017.07.13 |
---|---|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12일 이야기 (0) | 2017.07.12 |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10일 이야기 (0) | 2017.07.10 |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6일 이야기 (0) | 2017.07.06 |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5일 이야기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