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벤치에 앉아있는데 교회 어르신과 함께 은행을 들렀다 오셨다는 임○순 어르신이 저를 보고는 ‘사회복지사?’ 하시고는 먼저 말을 건네며 다가오셨습니다. 어르신은 그동안 만나 뵈었던 다른 어르신들처럼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차례차례 설명해드렸습니다.
“이렇게 주민들 만나면서 관계도 쌓고, 또 혹시 어려움이 있으시면 같이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일을 해보려고 왔어요.”
지난번 만들어 놓은 원천동에서의 사회복지사업 소개 자료가 있었음에도, 막상 또 말로 설명을 드리려 할 때 서툰 제 모습을 보곤 아직 내제화가 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임○순 어르신은 본인이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물어보셨습니다. 복지관에서는 무료급식지원과 경제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원천동에서는 딱 복지관에서 정해진 지원만 해드리기보다 어려움이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부분을 말씀해주신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보를 제공해드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임○순 어르신은 ‘가스밸브자동차단기’에 대해 말을 꺼내셨습니다. 보통 어르신 가정에 많이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사용 안 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스밸브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입니다. 그게 왜 필요하신지를 먼저 여쭈어보며 어르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지만, 막상 저는 그 순간에 그저 ‘아! 알아봐 드릴게요!’라고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흡사 초기 면접지를 작성하기 위한 것처럼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 데 그러기 어려웠습니다. 첫 만남인데 너무 일일이 캐묻는다고 느끼실까 봐 조심스러웠고, 어떻게 물어보아야 할지도 처음이라 그런지 저에겐 어색한 활동이었습니다.
가정 먼저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가스밸브자동차단기 설치를 원한다고 말씀하신 어르신을 만나보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임○순 어르신을 사례관리 당사자로 보아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동료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우선은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서 사례관리가 필요한지를 정할 수 있겠다 하였고 이후에는 직접 설치할 때 드는 비용부터 주변에서 자원을 찾아 어르신께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했더라면 이렇게 돌아갈 필요 없었을 겁니다. 우선은 직접 구매해서 설치해보실 수 있도록 알려드리면서, 혹시 그게 어렵다면 임○순 어르신을 좀 더 이해해가며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웠습니다. 사실 아직도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자신은 없지만, 어르신께 알아봐 드리겠다고 약속한 것은 지키는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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