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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3/한승일

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25일 이야기

■ 최명성(가명) 어르신 자택 방문


저번 주말에 최명성 어르신께서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선생님 보고싶네요...커피 마시러 와요~”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연차 후 화요일 오전에 원천동에 오자마자 어르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평소 현관문을 열면 텔레비전 소리가 먼저 들렸던 것과 달리, 조용했습니다. 최명성 어르신께서는 조용한 방안에서 누워계셨습니다. 같이 계시던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졌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힘들게 일어나 저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선생님~ 아이고. 언능 커피 먹어요. 이제는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도시락 전달하러 오는 사람들도 커피를 먹지 않아 커피 탈 일이 없더라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 뿐 인데...” 어르신은 요즘 적응하고 있지만, 밤마다 눈물이 날 때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요양원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전화했는데, 할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프로그램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런 말씀 중에 “어르신~할아버지는 언제 뵈러 가야하지 않을까요? 많이 보고 싶으실 텐데..., 막내 아드님에게 연락해서 함께 다녀오는 건 어떠세요?” (최명성 어르신은 자녀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어르신께서는 곰곰이 생각하시면서 “그래야지요...연락 해봐야겠어요..


어르신이 앞으로 더 건강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오랜만에 맑고 청명한 날씨, 언제나 밝은 주민분들

 

오랜만에 원천동에 방문하였습니다. 장기간 비로 인해 어둡고 축축했던 지난주와 달리 오늘 하늘은 맑고 청명하였습니다. 등나무벤치에 가니, 김쿨여 어르신과 처음 뵙는 김올배 어르신(어르신께서 머리를 정직하게 위로 올리셨음)이 계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김파마 어르신과 김구십오세 어르신도 함께 오셨습니다. 김구십오세 어르신께서는 제가 누군지 궁금하셨는지, 조끼에 걸려있는 뱃지를 유심히 보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는 광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온 한승일 사회복지사라고 합니다. 앞으로 원천동에서 주로 활동하게 되어 여기에 자주 올 예정입니다~”

주변 어르신들께서 김구십오세 어르신은 현 연령이 95세가 되었으며, 김구십오세 어르신은 나이를 말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합니다. 왜 창피하신지 여쭤보니,

“어려보이고 싶지~늙으면 뭐해 다들 나를 걱정만해주지 건강한 사람으로 보지 않잖아~”


김파마 어르신께서는 오늘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어디가 아프신지 여쭤보니, 옆에 계시던 김쿨여 어르신께서 제게 웃으시면서


“땍!, 어디가 아픈게 어딨어, 나이 들면 ‘다’ 아픈거야~ 당연한거야~ 안 아프면 이상한거야~”


김파마 어르신은 얼마 전 무릎과 발목이 아파 수술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고 합니다. ‘젊을 때 나는 다른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는 아프지 않겠지’ 생각했지만, 나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김올배 어르신은 저번 ‘수박나눔’할 때 한 번 인사드린 적이 있는 것 같아, “어르신 혹시 저를 처음 보시나요? 아님 저번에 제가 인사를 드렸나요?” 여쭤보니,


“봤지~ 그것도 많이 봤지~”


저는 왜 기억을 다 하지 못했을까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을 봐서 저도 기억에 한계가 있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순간 순간 메모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11시 30분 즈음 배가 고팠습니다. 마침 이순애 부녀회장님께서 등나무 벤치에 오셨습니다. 등나무벤치 주변에 벌레를 없애기 위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이순애 부녀회장님께 주변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 있는지 물어보니, ‘요 앞에 있는 가정식밥 주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 날마다 메뉴가 바뀌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오늘 거기 가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저 잠시 식사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단짝’은 어디에 있노?

 

만나는 어르신들마다 저에게 인사 겸 하시는 말씀이 “같이 다니던 여자 복지사 어디갔노?”, “왜 혼자야?”, “한명만 보니, 엄청 허전하네~” 라는 안부의 물음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단독적으로 주민을 만나러 뵌 적이 별로 없고, 박현진 사회복지사님과 실습 선생님 2명과 함께 온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에게도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 다니는 사람들’ 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이 된 것 같았습니다. 저번에도 제가 오지 않을 때 어르신들이 저를 찾던 일과 오늘 박현진 사회복지사를 찾던 일들을 보면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원천 휴먼시아 아파트 등나무 벤치 어르신들에게는 우리가 ‘이미 관계가 형성’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박현진 사회복지사님은 지금 복지관에서 할 일이 있어 일 마치고, 점심 먹고 온다고 합니다!” (박현진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해야할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오늘 원천동에 오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약 한 달이 되었고, 그 후 1년, 그리고 2년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킥보드 타는 사회복지사

 

점심을 먹고 날씨도 더워, 원천동 주민분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휴식처인 등나무 벤치에 다시 갔습니다. 킥보드를 타고 온 저에게 어르신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셨습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도 동네에 요즘 이런거(킥보드) 타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순애엄마(가명)네 아이들도 이거 타고 돌아다니던데?
“그냥 쑥 지나가더라, 근데 엄청 빨라 위험하기도 해~”
“젊은이들은 좋겠네, 우리는 무릎이 아파서 이런거 타지도 못해~ 그리고 우리 때는 이런 시대도 아니였잖아~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


이런 저런 킥보드와 관련된 주제로 20여분간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선생님 조심히 타~ 그러다 한 번에 간다!
“네 ~ ^^”


■ 킥보드 타고 경로당 2개소에 인사드리러 가다.


날은 더웠지만, 청명했으며, 킥보드를 처음 타서 기분도 좋고, 킥보드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체력은 되는지 시험도 해보고, 경로당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원천 휴먼시아 아파트 경로당에 방문했습니다. 문을 열자 안에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메 누가 오네~”


안에 들어가니, 경로당 회장님, 경로당에 자주 계시는 90세 보라 어르신과 다른 어르신 2명이 계셨습니다.


“어쩐 일이야~?” 라고 회장님께서 먼저 반겨주셨습니다.

‘수박나눔’ 행사(?)일 때와 너무 다른 경로당 회장님은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인사드리러 왔어요~”
“이제 자주 보니깐 정이 드네 하하하하”


경로당 거실에 앉아 회장님과 3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날이 덥다며, 홍상 음료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시원해서 “캬~ 매번 이렇게 얻어 먹어서 어떡하죠?” 라고 말씀드리니, 자주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번에 노래교실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저번주 수요일에 노래교실 1시간 하고 간 날 있잖아요~ 그때 선생님들 나가면서 내가 배웅나갈 때 경로당 밖에서 기웃거리며 안을 지켜보던 성인 남자 기억해요? 
“아 그 안경쓰고 인상이 좋으셨던 40~50대 남자분 말인가요?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이신가요?
’ 물어보니, 그 성인 남자가 ‘노래 소리가 들리길래 신기해서 봤어요~’ 라고 해서 들어오라고 했지요. 근데 그 남자분이 숫기가 없는지, 부끄럼이 많은거야~ 그래서 안에 들어와 어르신들한테 인사나 드리라고 말하니깐 쭈뼛쭈뼛하면서 고결하게 인사하더라고 하하. 어르신들에게 내가 농담삼아 ‘애인이야~’ 라고 하니깐 어르신들이 ‘무슨 이런 쑥스러운 남자를 대리고 왔냐!’ 하면서 엄청 웃었지~ 그리고 노래 부르고 가라고 하니깐 노래도 엄청 부끄럽게 부르더라고 하하. 원래 여기 사람(주민)은 아니고 선재도인가 그 대부도 옆에 사는데, 교회일로 왔다고 하더라고. 아마 내가 보기엔 장로인지 집사인지 한 것 같아, 그래서 무슨 일로 여기 왔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다니고 있는 목사님이 어떤 사기꾼한테 10억을 사기 당해서 재판하려고 여기 왔다고 하더라고. 어찌됐건 참 쑥스러움이 많은 남자였어요. 요즘 시대에 그렇게 순수하면 많이 힘들텐데~ 하하하.


어르신들과 함께 한바탕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저번 원천동 경로당 회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평소 진지한 회의를 하는데 그날따라 아주경로당 회장이 밖으로 나가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속으로 ‘어?
 그 사람들(사회복지사)인가?’ 생각했는데 딱 선생님들이 들어오는거야 얼마나 신기한지 하하. 그러면서 그때 주변 회장들이 선생님들한테 막 부탁하고 그랬잖아. ‘경로당에 계단을 설치해달라’, ‘우리에게 뭐 해줄려고?’ 했잖아요~, 근데 내가 눈치가 빠르단 말야. 그래서 내가 그런거 해주려고 오는 분들 아니라고 말해줬는데 내가 잘한거 맞지요? 우리 시대 사람들은 아직 선생님들이 하는 일을 다 이해하지 못해요~ 그거를 앞으로 잘 풀어가야 할거에요. 나는 공부는 못했지만 나름 영리해서 척 하고 알아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이제 나이가 고령이다 보니 옛것에만 익숙해져서 선생님들 마음이 다칠 수 도 있어...그나저나 주공 2단지 경로당이 꽤 부럽더라고. 우리 경로당 크기정도 되는 것 같은데 사람이 엄청 많고 회장실, 부엌이 따로 있고, 반찬 나르는 사람, 만드는 사람, 과일 준비하는 사람들 보면서 많이 부럽더라고. 근데 나도 자존심이 있어서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속으로 ‘따로 지원금을 받아 인력이 파견된 사람들’인지 물어보고 싶은데도 자존심 때문에 물어보지 못했어요. 우리 경로당은 아마 원천동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을거에요. 어디서 온 손님이 우리 경로당에 오면 회장인 내가 커피를 타서 드려야한다니깐~ 내가 제일 젊으니깐~여기 동네는 젊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없어요. 근처에 초등학교가 멀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 가길 희망해서 그런지... 뭔가 나중에는 여기가 ‘실버타운’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니 경로당의 평균 연령도 높아지고...휴...


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회장님의 속마음을 미약하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옆에 계시던 90세 보라 어르신께서는 어릴 때 부모님이 학교 가지 말고 일 다녀서 돈 벌라고 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글을 읽을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이제 적응이 되어 그냥 살아간다고 하십니다.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도 “그때는 다 그랬지 뭐~” 하면서 공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경로당 어르신들과 의논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쭈었습니다.


“내일 제가 노래교실 한 번 더 오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복지관에서 실습하는 대학생들이 3~5명이 그 시간에 올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어르신들이 괜찮으시다면 대학생분들 인사드리러 방문해도 될까요?
“괜찮아 괜찮아~, 노래는 부르고 가야해!
 하하하”
“저희가 와서 어르신들의 노래 부르는 귀한 시간을 뺏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하하”
“우리는 만날 부르잖아~ 그리고 이젠 목소리도 잘 안나와~ 그래서 젊은이들 기운을 받으면 좋지!


어르신들과 즐거운 소담을 나누고 아주아파트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경로당이 잠겨있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남성 어르신 한 분이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혹시나 하여,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실 3층이 지금 빈 공간이라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3층은 먼지로 둘러쌓여 있었고 테이블과 의자들이 널 부러져 있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경로당 백미녀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인사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저를 잘 기억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저 기억 안나시나요? 저번에 어르신들이 밥 주셔가지고 맛있게 먹고 갔던 사회복지사입니다”
“어~?
 그렇네. 나이가 드니깐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 그나저나 어쩐 일이세요? 경로당 아직 문 열 시간이 아닌데?
“그냥 지나가다가 인사드리러 왔어요~ 근데 오늘은 경로당이 잠겨있네요?

“밥먹는 날 아니면 여기는 오후 1시에 열어요~”


시간을 보니, 12시 51분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조금 기다리면 다들 올 거라며, 기다려보라고 하셨지만, 생리현상 용무가 급해 내일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며 인사만 드리고 나왔습니다.


오늘은 인사만 하러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계속하게 되니, 관계가 형성되고, 말이 오고가고 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인사드리며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마치 옛날, 시골 동네에 파출소 경찰관이 자전거를 타며 동네사람들에게 다정하게 '인사'하러 순찰하는 것 처럼..)
 


■ 원천동 행정복지센터 연락 및  방문

7월 24일 월요일에 김정화 주무관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잘 계시죠? 다름이 아니라, 거점 관련해서 새로 오신 팀장님과 이야기 해봤는데, 선생님들이 여기에 오시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서... 그 저번에 보여드렸던 ‘상담실’ 있죠? 거기서 활동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회의할 때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셔야 할 상황도 있다는 함정~ 언제 한 번 들리세요 ^^~”


라는 내용으로 전화하였습니다. 새로 오신 팀장님들 포함 사회복지 공무원분들과 인사도 드리고 저희를 생각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도 전할 겸, 그리고 우리에게 기대하는 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함께 민관협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간략한’ 소통을 하기 위해 방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주무관님 주민센터 직통번호로 전화를 하니 회의중이라 부재중이셨습니다. 개인 휴대폰으로 방문 가능 일정에 대해 문자를 드렸습니다.
목요일에 박현진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문하기로 안내드렸습니다.


잠시 뒤 원천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하다가 김정화 주무관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춘우 맞춤형복지팀장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팀장님은 앞으로 사례관리 관련 협력하자고 하셨고, 거점 관련해서 상담실이 지저분 하지만 자율적으로 잘 이용하라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