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
오늘 오후에 이은성 실습생과 한승일 복지사와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은성 실습생이 ‘지역복지 공부노트’를 읽고 생겼던 고민이나 나누고픈 주제를 제시하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번 이은성 실습생과 공부했을 때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오늘도 큰 기대감을 안고 참여했습니다. 언제부터 생각 나누는 활동에 흥미를 느꼈다고 스스로 우습기도 했지만, 최근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이 시간이 더 재밌게 느껴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오늘 나눈 제 생각들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의 이야기를 일지에 적기로 하였습니다.
▪ 사회복지사는 가치중립적인가
학교에서 배울 때부터 ‘사회복지사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배우고 있습니다. 이 생각에 대해서 왜 전공 서적과 다르게 이 책에서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지, 사회복지사도 사람인데 중립을 지켜야 하는지가 논점이었습니다.
저는 가치에 중립이 있을지 고민하였습니다. 모든 일은 어떤 가치를 담은 ‘선택’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는 사회복지사 개인의 가치가 될 수도 있고, 기관의 가치 또는 당사자의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한 쪽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 다른 한 쪽은 ‘가치 중립적일 수 없다.’고 하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양쪽의 입장모두 ‘나와 다른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를 지녀야한다.’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복지를 위해 사회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10cm자의 중간은 어디인지 누구나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지만, 형태가 없는 것의 가운데를 찾는다는 것, 즉 중립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가치 간 충돌에서 두 개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어떤 것이 공생을 위한 일인지 고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을 자원이라 하는 것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단어’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느끼곤합니다. 이은성 실습생 또한 사람을 자원이라 부르는 게 꼭 나쁜 건지 질문을 던졌을 때, 케이스나 클라이언트라고 불렀던 것을 당사자라 부르기 시작하고, 사람을 자원이라 부르지 않기 시작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제 모습에 대해 돌아보았습니다. 자원이라는 개념을 보면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원료나 노동력, 기술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예전에 사람을 자원이라 썼던 이유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 너희는 도구로만 사용되니까 자원이라고 해야지~”라고 쓰기 시작한 건 아닐 것 같습니다. 혹여 그런 이유로 사용하였다고 해도 사회복지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복지가 발전하게 됨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에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반영해서 생기는 변화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단어들도 나중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마음에 공감한다면 단어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 주민에게 답이 있다고 하는 것
저도 ‘주민에게 답이 있었다.’라고 일지에 적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함께 논의해보니 ‘답’이 아니라 ‘팁(힌트)’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주민에게 무작정 물어보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생각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들어는 왔지만, 차근차근 고민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동안 주민에게서 답을 찾아야한다는 핑계로 그저 더뎠던 저를 돌아보면서, 최근 사회복지사로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답을 내리는 건 사회복지사의 일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답을 내릴 수 있을 만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한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내 가치가 사회복지사로서의 가치에 맞는지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당사자주의란
‘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이 제일 잘 이해하는가?’로 시작된 이야기는 위에 주민에게서 답을 찾을 것인가를 주제로 나눈 이야기와 어느 정도 연속성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당사자주의만 내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맹목적으로 당사자의 의견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것보다, 당사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당사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짧게나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지역사회복지관 또는 지역조직팀의 목적이 지역조직화여서는 안 된다.
저는 ‘지역조직화가 목적이 되어도 되지 않나’라고 하는 두 분의 의견과는 달랐습니다. 저는 지역조직화가 목표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조직화 또한 지역복지를 위한 일이라고 배웠고,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에 알았는데, 이은성 실습생은 지역조직화의 개념을 ‘관계 속에서 사회사업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의견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은성 실습생의 의견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느끼는 거지만, 동일한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서 해석이 참 많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생각 나눔
저는 부끄럽게도 이 분야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은성 실습생은 지역사회의 강점을 살려 지역을 발전시켰더니 몇몇 지역주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한승일 복지사는 언론매체를 통해 보았을 때, 사회문화적‧정치적‧시장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걸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지역사회를 살렸더니, 피해를 보는 지역주민이 생기는 일은 언론에서 말을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한 일이 과연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일인지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살리는 일은 그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두고 있는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었을 경우가 많았을 거라 예상됩니다. 지역을 바꾸는 일,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관련된 분들을 모두 만나 동의를 얻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공생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사전에 좀 더 신경 쓰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주민의 욕구로 만든 복지관의 프로그램이 학원 상가에 영향을 끼칠 때, 내가 관장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쉽게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내가 관장이라면’이라는 조건 때문에 더욱 쉽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 프로그램 이용자를 ‘복지관이 아니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로 제한하면 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대로 역차별이나 그 사람들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접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원하는 사람과 복지관 그리고 상가를 모두 고려해보자는 마음에 후다닥 내린 결론은, “상가에 양해를 구해 원래 가격에 이용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수업료를 인하한 만큼 복지관에서 기부금영수증을 해드리면 되지 않을까?!”였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하자니, 기부금영수증은 어떻게 할 것이며 돈세탁하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 들지만 어찌 됐건 무엇이 공생하는 것인지, 이 일에 관련된 주민, 복지관 그리고 상가를 생각하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 책임이 늘어날수록 제 입에서 나오는 말과, 제 손에서 시작되는 글들에 더욱 주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단골 질문, 물고기를 줄 것인가 낚는 법을 알려줄 것인가!
저는 그 어느 방법이 옳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상황에 따라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당사자의 자주적인 삶을 위해 낚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복지를 위해 물고기를 많이씩 줘야 한다고 하는 이은성 실습생의 의견을 듣고 나니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는 법을 알려주자는 이유가 꼭 당사자의 자주와 자활만을 위해서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고기가 악용되고 당사자를 나태하게 할 거라는 우려를 보이지만 속에서는 물고기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물고기를 나누기 싫어서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면서, 지금이니까 이 정도 고민에서 끝내지 점점 더 경험과 이론이 쌓인다면 머리가 터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마무리
이 밖에도 많은 논제가 있었지만, 모두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 시간이 끝나고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더해서 가치를 바로잡기 위해 배우는 일에도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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