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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3/박현진

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9월 18일 이야기

▪ 욕구조사 도전기


지난주 마음을 다잡은 후 가장 먼저 할 일로 정했던 ‘욕구조사’를 오늘 시도해보았습니다. 첫 시도부터 실패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원천휴먼시아아파트 경로당으로 회장님께 부탁하러 갔습니다. 경로당을 방문하니 회장님께서는 회장님방에서 업무를 보고 계셨습니다. 회장님방은 처음 들어가 보았습니다. 회장님은 혼자 온 저를 보고 “다른 복지사는?”이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오늘은 회장님의 생각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혼자 왔다고 말씀드리곤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저에게 회장님은 따로 비타민드링크를 꺼내주셨습니다. 지난번 욕구조사를 처음 시도했던 때를 떠올려봤을 때,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회장님께는 “욕구조사하러 왔습니다!”라고 명확히 목적을 밝히고 다가갔습니다. 복지관의 바뀐 미션에 대한 지역주민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어떤 질문이 있는지 설명해드렸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녹음해야 한다는 저의 말에 회장님은 “한번 연습하고서 마지막에 녹음해야겠어!”라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회장님과 1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욕구조사 질문에 대한 내용을 주고받다가도, 자연스럽게 회장님의 ‘옛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회장님은 경로당회장직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소위 ‘짱’의 역할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어떠한 조직에서 ‘짱’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하시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 듣고 나니 회장님은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하는 성향이시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 성격의 강점이 잘 발휘되고 있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욕구조사를 위한 인터뷰를 끝내고, 회장님은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보라며 옆방으로 저를 데려가셨습니다. 저를 대신하여 인터뷰 할 사람을 찾아주셨고, 그렇게 경로당에서 식사준비를 돕는 도우미 선생님과 옆에 앉아계셨던 80대 어르신을 동시에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든 생각은, ‘행복이란 별 게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막상 이야기를 들으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눈 두 분도 그저 ‘함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특별히 모여서 취미를 공유한다거나 하는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쩌면 해보지 않아서 바라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원천동에서 만난 분들은 ‘함께 무엇을 하는 것’을 선뜻 바라시진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욕심 없이 회장님하고만 욕구조사를 하고자 했었지만, 회장님의 권유로 두 분의 생각을 더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 ‘어르신’에 대해 생각해보다


회장님은 질문의 내용을 보시고 가장 먼저 “할머니들한테 ‘행복’을 물어봐~? 다들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거야~”, “뭐 이런 질문을 물어봐~ 할머니들은 대답할게 없겠어!”라고 하셨습니다. 그 다음 욕구조사를 함께 해주실 분을 찾기 위해 방에 모여 계시는 여러 어르신께 여쭈어 보았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었습니다. 회장님과의 대화로 다시 돌아가자면, 회장님은 보통 70대가 넘어가면 하루하루 삶 속에 ‘행복’을 찾기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생각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 하루를 보낸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가까이하고 많이 만난 것은 원천동으로 업무가 바뀐 이후입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었던 예전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죽지 못해 산다.’라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은 마음의 우울감이 있거나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만 그럴 줄 알았는데, 뭔가 회장님의 말을 듣고 다른 어르신들의 반응을 보니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느끼고 있는 보편된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겠다고 생각을 더해보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행복’, ‘가족’, ‘이웃’ 이 3가지가 어르신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음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위 3가지를 삶의 큰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들의 삶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감정이라고 보편화 할 수는 없겠지만, 어르신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감정일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르신의 행복’이란 정말 없는 것일까 심오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행복은 있지만, 어느샌가 내가 왜 행복한지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는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무뎌진 행복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일 만으로도 삶의 만족이 올라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하루하루 좀 더 웃으며 지낼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오늘의 경험을 통해 어르신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아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