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3/한승일

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26일 이야기

광교종합사회복지관 2017. 7. 26. 18:19

■ 모르는 전화번호

오늘 오전에는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통합서비스지원분과 회의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회의중에 모르는 번호로(031-212-49**) 전화가 왔습니다. 기존에 저는 당사자분들 외 회의중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최근 지역주민분들에게 명함을 건낸 사례가 많아 혹시 몰라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보세요? 한승일 복지사님?
“네 맞습니다.
누구신가요?
“나 경로당회장(원천 휴먼시아)이에요.
지금 어디계세요?
“아~ 저 지금 외부에 회의가 있어서 인계동에 있습니다~”
“아이고 아쉽네, 혹시나 여기 근처에 있으면 경로당에서 밥먹고 가라고 하려고 했죠~”
“아이고 회장님 너무 아쉽네요.
다음에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따 뵈러 갈께요!


모르는 번호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요즘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으면, 보험이나 통신사 권유 등의 스팸전화가 많아 부재전화가 와있을 때도 다시 전화를 걸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원천 휴먼시아 경로당 회장님의 식사 제안에 놀랐고,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회장님을 처음 만날 때와 만남 초반에 저희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그리고 지금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사회사업을 하면서 이런 사소한 안부나 제안에 하루 하루 다르게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게 사회사업 아닐까요?



■ 등나무벤치 방문


오늘 오후 1시 30분에 복지관 하계 실습 선생님 6명과 인턴 선생님 1명이 원천동을 견학하기 위해 왔습니다. 원천동에 대한 간략한 이해와 더불어 현재 원천동 사회복지사들이 진행하였던 일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원천동에 대핸 소개를 할 때는 객관적인 것을 토대로 안내를 할 수 있었다면, 한 달이 지난 후 원천동 주민분들의 강점에 대해 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등나무벤치에 들러 원천 휴먼시아 아파트 주민분들께 인사를 하고 ‘이곳’에서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안내하였습니다. 어르신들과 실습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어르신 또한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서로 묻고, 나누고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저는 짧게나마 김전도 어르신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이야기 : 아주대학교 근처에 교회를 다니며, 우연히 아파트 내에서 목사님을 만나 수요일, 토요일에는 다른 교회를 가는 독실한 크리스쳔이셨습니다.)

김전도 어르신은 가족들과 함께 북한에서 서울로 이주하였고, 제게 귓속말로 소곤소곤하게 당시에 공부를 잘해서 ‘숙명여대’에 다녔다고 합니다. 왜 귓속말로 말씀하시는지 여쭤보니, 동네에 ‘잘난 척’ 한다고 소문나면 좋을 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후 어떻게 삶을 사셨는지 여쭈어 보니, 교직일 즉, 학교 선생님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일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원천동와서 처음으로 어르신의 삶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관계가 형성되니, 어르신들이 저희를 신뢰하게 되니, 삶에 대한 속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폭풍 같은 7곡의 멜로디 + α
 
사전에 미리 공지하였던, ‘경로당에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으니, 각자 한 명씩 노래 한 곡 준비해야 합니다~’에 대해 혹시 노래를 준비했는지 물어보니, 오랜 고민 끝에 노래를 선곡했다고 합니다.


경로당에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먼저 경로당에 인사를 하니,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살짝 안을 둘러보니, 부녀회 총무님과 경로당 회장님 그리고 처음 보는 중년 남성분이 심도 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제 짐작으론 경로당 리모델링 건과 관련해서 함께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속으로 ‘회장님께서 오늘 기분이 언짢으시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노래 강사님이 오셨습니다. 다행히 회장님 표정은 밝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번주 보다 많은 13명의 어르신들이 노래교실에 참여하셨습니다. 어르신들게 간단한 소개를 마친 후 실습 선생님 및 인턴 선생님들이 희망하는 곡을 메모지에 쓰자마자 바로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젊고, 활기찬 트로트 노래 한 곡이 끝나고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바로 다음곡이 재생되었습니다.(강사님의 센스) 그 후 7명의 7곡이 1초의 노래 쉬는 간격도 없이 바로 이어서 재생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폭풍의 시간이었습니다. 7곡이 끝나자, 잠시 쉬는 시간 3분을 가졌습니다. 강사님께서는 다시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해서 다시 선생님들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행인건, 한 곡, 또 다른 한 곡이 끝나자마자 서로 간에 어색하고 부끄럽던 시간이 신·구세대 화합의 장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각자가 따로 부르는 것이 아닌,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며 경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용할 줄 알았던 실습 선생님들과 인턴선생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어르신들 또한 흐믓하게 웃으면서 1시간동안 멈추지 않은 박수사례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1시간의 노래교실이 끝나고, 경로당 회장님께서는 ‘오늘 너무 즐거웠다’ 라고 하면서 귀한 ‘쌍화탕’ 8병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또 오라고 적극적으로 요청도 하셨습니다.


회장님 또한 개인적으로 즐거워하셨지만, 함께 있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끝으로, 회장님께서는 저게 귓속말로


“사회복지사들이 총 몇 명이에요? 2명 맞죠? 7명이 아니고?
“네 ~ 저희 2명이예요!

“다행이다.
다음에 밥 먹으러 와요. 7명이면 좀 힘든데 2명이면 가능해!
“저희가 먼저 오는 건 실례가 될 수 있으니, 회장님께서 사전에 전화로 저희를 초청해주시는 건 어떠세요?

“그래 좋아요.
생각나면 전화할게요!”   


노래교실을 마치고 실습 선생님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였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어르신들이 즐거워 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들이 그렇게 흥이 많은 줄 몰랐고 어르신들에게 반응을 잘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실습 선생님들은 아직도 흥이 가라앉지 않아 걱정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복지관으로 복귀하는 뒷모습에는 열정으로 인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소장님의 응원 메세지


오늘 아침 전재일 부장님으로 부터 기분좋은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의 실천기록을 읽고 응원의 답변을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찾아뵙고 얼굴 비추고 인사 드리고, 가끔 만남의 구실로 소박하고 단순한 활동을 하니, 이제 만남이 자연스러워지셨습니다.
만나니 관계가 맺어지고, 관계가 맺어지니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가 넒어져 공유도 많아집니다.

고맙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