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19일 이야기
■ 아주 아파트 경로당 회장님의 식사 초청
저번주 금요일 ‘수박나눔’에서 만나 뵈었던 정상준 아주아파트 경로당 회장님의 초청으로 아주 아파트 경로당에 방문하였습니다. 어르신께서 12시에 딱 맞춰서 오라고 하셨지만, 미리 일손을 돕기 위해 11시 4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경로당에 방문하니, 회장님을 비롯하여, 어르신들이 반겨주셨습니다. 원천 주공 경로당과는 다른 분위기였으며. 남·여성 어르신 모두가 화기애애 하였습니다. 여성 어르신들께서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남성 어르신들은 밥 시간에 맞춰 오셨습니다. 몇몇 어르신들이 여기에 왜 왔는지 여쭤보셨습니다.“경로당 회장님이 식사하고 가라고 초청해주셔서 맛있는 밥한 끼 얻어먹고 가려고 왔습니다~^^”, “오메 밥 모자란데? 하하하하하하 ” 밥이 나오기 까지 밥을 준비하시는 어르신들의 일손을 도울까 어르신들에게 여쭈었습니다. “어르신 저희가 뭐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그릇 나르는 것이라도...” , “없어~ 그냥 앉아있으세요 손님이잖아요. 괜히 도우면 더 복잡해요~” 어르신들께 세 번의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괜찮다고 편히 앉아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경로당 회장님께서는 저희에게 ‘여기에 온 이유’를 어르신들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딱히 무엇을 말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고 인사차 들렸으나. 회장님께서는 그래도 좋은 취지로 오는 것 같으니, 편하게 말하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박현진 사회복지사와 실습 선생님들과 ‘우리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경로당을 내부 환경을 관찰하였습니다. 게시판에는 ‘2017년도 봉사활동 월별 봉사계획’, ‘특별행사 계획’, ‘임원현황’, ‘월례회의’, ‘청소당번’ 게시물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가만히 있는 것보단 동네를 위해 동네 청소나 봉사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며, 모두가 이용하는 만큼, 역할에 대한 당번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상준 경로당 회장님 말씀으로는 아주아파트는 원천 주공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완공되었고, 부자 동네가 아닌 소박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타 경로당과 달리 70대로 주로 구성되어 있어 ‘젊은’ 경로당이라고 합니다. 아주아파트는 228세대로 구성되어 있고, 땅은 아주아파트에서, 건물은 수원시에서 건축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산이 많이 부족해 회원분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운영하거나, 연 2회 나들이를 간다고 합니다. 경로당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거 원천동 주민센터 신축하기 전 2~3층은 새마을금고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원천동 행정복지센터가 생기고, 2층은 남자 어르신 휴게실 3층은 빈 공간이라고 합니다. 3층 빈 공간에 대해 궁금하였지만, 오늘 말할 사항은 아닌 것 같아 궁금함을 여쭙지 않았습니다. 경로당에서 주로 어르신들은 딱히 할 게 없고, 타 경로당에 달리 남녀가 거의 같이 쓰고 좁다 보니, 고스톱 치는 것 밖에는 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경로당을 위해 시에서 해주는 프로그램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하다고 합니다. 경로당에서 연 2회 어르신들의 회비로 나들이를 가나, 작년에는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올해도 봄에 어디(?) 산을 다녀왔다고 했는데, 가을에도 가고 싶으나, 예산이 없어 계획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푸짐한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고기, 오이무침, 쌈, 김치, 가지무침, 오이냉국의 많은 반찬들을 차려주셨습니다. 원래 고기반찬은 많이 못먹으나, 경로당 이용하시는 분이 고기를 주셨다며, 오늘 만찬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주변을 보니, 남성 어르신들은 바닥에서, 여성 어르신들은 대형 식탁에서 식사하셨습니다. 서로 간 분위기가 좋아 식사를 하시며 많은 소소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하였습니다. 후식으로 수박도 주셨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먹고 저희가 먹은 그릇은 직접 치우기 위해 일어서니, 어르신들이 가만히 앉아서 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애교있고 다정하게 “에이~어르신 저희도 손이 있어요~ 맛있는 밥 무료로 얻어먹었는데 이정도는 해야 예쁨을 받죠!” 라고 전하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면서 “말을 어쩜 이렇게 손주같이 예쁘게 말해~하하하하” 라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식사를 다 마친 남성 어르신들은 대형 식탁을 주방 쪽으로 옮기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가시는 어르신들에게 한 분 한 분 공손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설거지나 식탁을 닦거나의 일들을 돕기 위해 어르신들게 여쭈었으나, 가만히 있는게 더 도와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저희가 먹은 것은 싱크대에 가져다 드리는 것이 예의이고 성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먹은 테이블은 저희가 닦으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셨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다 하시자, 경로당 회장님께서 ‘저희가 온 이유’를 안내해보라고 하셨습니다. 15명 내외의 어르신들이 저희에게 집중하셨습니다. 저희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복지관 소개를 한 뒤, 특별하게 어르신들에게 부탁할 것은 없고, 더 좋은 원천동을 주민 분들과 함께 만들고. 어떠한 상황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돕고자 왔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저희의 간단하고 쉬운 설명을 토대로 저희에게 개인적인 질문들을 많이하셨습니다. “요양보호사를 파견받고 싶은데,,, 나이가... 안된대~”, “이런 것은 어떻게 해야해~?” 등등 많은 질문이 오고 갔고, 저희 명함을 달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차에서 명함을 급히 가져와 저희의 연락처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명함을 전달하였습니다. “글씨가 왜이리 작노...안뷘다!”
맛있는 식사와 저희가 원천동에 온 이유에 설명을 하고, 어르신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한 후 매일매일 인사하러 올 수도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 원천동 9개 경로당 회장님들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 제안을 받다.
경로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경로당 회장님께서 “원천동에 9개 경로당이 있는데, 내일 11시 주공2단지 아파트 경로당에서 경로당 회장들이 모이는 전체 회의가 있어요. 혹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원천동에 좋은 취지로 온 거 아니깐 한 번 인사 드리고 홍보나 안내해보는 건 어때요? 그냥 혹시나 선생님들이 그런 자리가 필요할까 해서요.” 라고 원천동 경로당 회장 회의에 참여를 제안해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9명의 회장님들에게 인사와 더불어 저희가 온 이유와 저희를 알릴 수 있는 글을 준비해서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주민분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담당자 혼자만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했다면, 이런 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주민을 만나고, 주민을 알게 되며, 관계가 형성되니, 마을을 함께 도울 수 있는 구실들이 많아졌습니다. 오늘 회장님께서는 저희에게 따뜻한 식사대접과 아주아파트에 대한 첫 인사, 회장님들 간의 다리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 용기를 내어 다시 인사를 드리러 가다. 인사를 드리니 관계가 형성되다.
저번주 금요일 ‘수박나눔’ 관련 부녀회장님과 함께 경로당을 방문하였지만, 경로당 회장님이 불편해 하시며, 저희에게 “이렇게 오는 거 반갑지 않아요. 올거면 부녀회장과 같이 오지말고 일대일로 오세요.” 라고 말씀하셨기에, 원천 주공 아파트 경로당에 대해 다시 다가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가서 인사를 드리고, 오해를 풀기 위해 박현진 사회복지사와 함께 경로당에 방문하였습니다.
조심스레 경로당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과 달리 회장님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주셨습니다. 회장님께서 옆자리를 옮겨주시며,
“들어와요~ 여기 앉아요~”
“앉아도 될까요?”
“아이고 어쩐 일이예요?”
“그냥 돌아다니다가 회장님이랑 어르신 생각나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 저번에 내가 화내서 너무 미안해요. 그때는 제가 너무 예민했고 쌓인게 많아서 ...”
하면서 제 무릎을 만져주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저희에게 미안하다며, 사회복지사들에게 화낸게 아니니 이해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주변에 앉아계신 9명의 어르신들이 무슨일이냐며 여쭤보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요즘 경로당 리모델링(따복사랑체사업)과 관련하여, 계속 부녀회장과 의견 마찰이 있었고, 우리는 ‘샤시’만 교체해주면 되는데, 부녀회장은 우리들과 소통하지 않고 경로당을 멋대로 주민들의 공간을 꾸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회장님)는 경로당에서 크게 신경 쓸 일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해 서운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리모델링 들어가면 구청에서 경로당에 올 것이고, 공무원들이 와서 주민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사업에 대해 서로 합의가 되었는지 물어볼텐데.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며, 어떻게 바뀌는지 이야기를 들은 게 없으니 합의를 안해 줄 것이다.” 라며 부녀회장님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처음에 한 사회복지사가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볼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경로당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앞으로 아이들도 여기와서 활동할 것이고, 영화도 볼 것인데 우리 우리신들은 정신없는 거 좋아하는 분이 없어요. 다들 조용히 앉아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게다가 아이들이 뛰놀다가 다치면 부녀회에서는 경로당에 책임이 있다고 할텐데, 그래서 얼마 전에 부녀회장에게 아이들이 다치는 건에 대해 경로당은 책임이 없다라고 각서까지 썼어요. 그런 여러 가지 상황에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와서...”
경로당 회장님은 나름 경로당을 지키기 위해 일을 했을 뿐이며, 주민들과 함께 이용하면 좋으나,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불신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앞으로 자주 오라고 따뜻하게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부녀회장님과 경로당 회장님 양측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고 없이 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용기내어 인사드리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겁다고 계속 피했으면, 서로 더 멀어졌을 것입니다. 인사를 하니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었고, 회장님의 서운함을 이해하며, 앞으로 원천 주공 아파트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열정을 불태운, 노래잔치
경로당 어르신들과 회장님과 깊은 이야기를 하니 어느덧 2시가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오늘 노래교실이 있었고, 강사님이 오셨습니다. 회장님과 어르신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저희에게 제안을 하셨습니다.
“선생님들 시간 많지? 여기서 노래 부르고 가요~”
노래교실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사님과 어르신들은 저희에게 노래를 뭐 부를지 메모지에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생각난 노래가 있었으나, 다른 선생님들은 갑작스런 요청에 당황하였습니다. 제가 노래를 시작하니, 어르신들이 박수를 쳐주시며 웃음꽃들이 피었습니다.
차례차례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 불렀으니, 이제 시키지 않겠다.’ 라고 안심하는 순간 강사님께서 노래를 또 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도 저희에게 노래를 부르라며 부축였습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노래를 한시간 불렀습니다.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땀이 났습니다. 열기가 오르자, 강사님께서 잠시 쉬자고 하셨습니다.알고보니 노래교실은 2시간동안 진행되는거라, 저희는 정해진 행정 일정이 있어 어르신들게 양해를 구하고, 오늘 부르지 못한 노래들은 다음주에 와서 해도 되는지 여쭈었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에 와야지~ 꼭 와!, 여기가 시원해! 등나무벤치에 있지말고 경로당에 자주와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가는 길에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회장님께서 마중 나오면서 냉동고에서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선물해주셨습니다. 회장님은 저번에 저희에게 화를 냈던 것이 미안했다고 반복하시면서 저희에게 앞으로 자주 오고, 화장실도 맘껏 이용하라고 하셨습니다.
■ 수사망회의 방문 인사
지난 2년여 동안 함께 참여했던 수사망 회의에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끝.
■ 생각보태기
사람이 사람으로 연결되고, 그러므로써 구실이 생기고, 우리가 해야할 일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아주아파트 경로당 게시판에 붙여있는 좋은 글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가 먼저 건네는 인사, 함께 사는 예절입니다.”
“먼저 모범을 보여라, 그래야 젊은이들이 본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