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3/한승일

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6일 이야기

광교종합사회복지관 2017. 7. 7. 09:47

■ 어제도 좋았지만, 오늘 더욱 좋았던 날


오늘은 기관에서 오전 업무를 하는 바람에 원천동에 오후부터 가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에서 출발할 때 사례관리 실습생 3명과 함께 원천동 라운딩을 위해 함께 갔습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원천동 및 주공아파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박현진 선생님과 지역3 실습생분들이 아직 오시지 않아, 우리는 정자에 먼저 갔습니다. 어르신 4명이 앉아 계셨고, 항상 계시던 2명의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반갑게 저희를 맞이해주시면서,


“오전에 안보이더니, 오늘은 안오는가 했지!
“저희요?
 어르신 저희를 기다리셨어요?
“그럼~ 궁금하지, 맨날 오던 청년들인데 !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신났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어제 같이 왔던 ‘여자 언니’(박현진 선생님)하고 어린 아기들(실습생) 왜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셔서, 곧 올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사례관리 실습 선생님 3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런 저런 소박한 이야기를 하다가 박현진 선생님과 실습 선생님이 도착하였습니다. 도착 후 어르신들이 기다렸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가 김쿨여(가칭) 어르신께서


“근데 여기 왜 계속 오는겨? 사회복지사라면서? 일안하고 여기 할머니들이랑 ‘떠들고’ 가다가 복지관 들어가서 뭐라고 말해?"
“복지관가서 할머니들하고 ‘떠들었다’고 말하면 되죠!


(사실 일지에 적을 때는 용어표현에 신중함을 알고 있으며, 경솔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위와 같이 사실적으로 제가 밷은 말을 표현하는 것은, 어르신에게 의도된 말을 통해 관계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서 사실대로 적었습니다.) 


약간 아이러니한 표현에 짧은 순간 아차, 고민했지만, 어르신들이 ‘하하하하하하’ 하면서 큰소리를 웃어주셨습니다. 좋게 말하면 재치로 관계의 벽이 더 낮아질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저의 주관...)


기존 4명의 어르신 외 한 명씩 어르신들이 정자에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저희에게 왜 왔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오늘 오전 주간회의를 통해 ‘우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논의한 것이 있어서 어르신들에게 쉽게 설명 드렸습니다.


“원천동의 어르신(주민)들과 친해지고 계속 이야기 나누면서, 모든 일에 함께하여 더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왔어요!


어르신들의 반응을 보니, 다 이해하지는 못하셨지만, 우리의 목적을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정자에 어르신 6명이 계셨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다보니, 연세를 여쭙게 되고, 연세를 맞추다 보니 유쾌한 놀이를 본의 아니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몇 살로 보여?
“음.
.. 90세?
“에이~ 아니지~”
“어르신 혹시 제가 너무 높게 불러서 속상하시거나, 낮게 불러서 기분이 좋아지시거나 그런가요?
 어떻게 맞출까요?
“그냥 보이는대로 말해봐~”
“음.
..76세?


이러면서 6명의 어르신 나이를 맞추고, 사회복지사들의 나이 묻기를 통해 서로 웃고, 장난스런 말들이 오고 가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의료 어르신은 108동, 고령의 김안경 어르신은 101동에 사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쿨여 어르신과 김파마 어르신은 같은 동에 산다고 합니다.


아까 나이맞추기 게임을 통해 제가 김쿨여 어르신은 76세로, 김파마 어르신에게는 73세로 보일 것 같다고 말하고 나서 김쿨여 어르신께서는 제게 장난스럽게 심술이 부리셨습니다. 사실 두 분은 동갑이라고 합니다.


사실대로 보이는 대로 말하라고 했는데, 여전히 어르신들은 나이 들어 보이는게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하하)

김의료 어르신께 오늘 어제와 같이, 오늘 의료체험 가게가 가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럼~맨날 가. 그리고 밥도 먹고 왔어~”
“밥 어디서 드셨어요?

“거기서 주지~공짜여~요즘 신발가게도 오픈했다고 밥주더라~”


요즘 의료기구 체험하는 곳에서 무료로 어르신들에게 밥을 준다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김안경 어르신은 87세 어르신인데, 아기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아기인지 여쭤보니 손주라고 합니다. 아기라는 손주는 27세이라고 합니다.어르신 눈에는 결혼안하면 다 아기로 보인다고 합니다. 손주는 지금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고, 어르신은 집에 있기 답답해서 이 정자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결혼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르신들은 가급적 결혼은 빨리 하라고 하십니다.
 때를 늦으면 못 간다고 하시면서, 어르신 자식들도 50세가 가까이 됐는데, 장남이 결혼을 못했고, 지금은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다른 의견에 대해 질문드렸습니다.


“요즘 다른 어르신이나, 어머니들이 가급적 결혼 늦게 하라고 하시는데? 아닌가요?
“에이 그래도 결혼은 빨리 하고 아기 낳아야지!
 때를 놓치면 못가~ 내아들 봐...


마침 다른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2명이 오셨습니다. 이약국 어머니는 약국에 가는 길이었고, 약국에 다녀오면서 123약국 주차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주차장을 지키는 관리 아저씨가 성격이 날카롭다고 합니다. 약국에 안가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주차하면 큰소리로 화를 내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어머니께서는 “아저씨, 목소리 좀 낮추세요.” 하면서 언쟁을 하고 왔다고 합니다.


다른 물초롱 어머니는 정자로 오시면서 김쿨여 어르신에게 자연스럽게 물을 건내셨습니다.


“형님 물 좀 먹어”
“에이 맛이 왜이러노”
“가져와도 뭐라하네!


하면서 장난스럽게 싸우셨습니다.
 서로 관계한지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저도 기회를 봐, 김쿨여 어르신에게 물을 먹을 수 있는지 요청드렸습니다.

“어머, 나에게 뭐를 사서 줘야할 판에 내 물을 먹게?하하하하하하하”


그러면서 한 잔 주시고, 또 한 잔을 또 주셨습니다. 김쿨여 어르신은 다른 어르신들에게


“언니 물 잡수실라우?”(굉장히 쿨하셨습니다.)


하면서 서로를 챙기셨습니다.

물을 달리기 전에, 저는 목이 마르지 않았습니다만, 뭔가 관계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의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약국 어머니께서 아침에도 아파트 주차 문제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외부 차량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순간 가슴이 찔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사정을 듣고 싶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파트에서 주로 논의되는 사항이나, 이 마을의 어려운 점이 뭔가요?
“음.
..일단 주차문제지요. 이상하게 여기가 주차하기 편한 곳으로 소문이 나서 골치 아파요. 경비 아저씨들도 오전, 오후 순찰 돌면서 왜 딱지를 붙이고 있겠어요... 아침에 보면 여기에 차 주차하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문제예요 문제...


주공 아파트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도 찔리는 것이 있어 이실직고 하였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저희도 오늘 여기 주차했는데...
“괜찮아요.
 낮에는 그나마 괜찮죠. 저녁이 문제예요. 사회복지사님들도 딱지 떼이기 전에 관리사무소 가서 방문증 끊으셔요.

 

그 이야기를 듣고 관리사무소에 갔습니다. 관리사무소 들어가니, 구조가 다른 사무소와 달랐습니다. 제일 처음 들어가면 택배 보관장소, 그리고 철창까지는 아니더라도 버스티켓을 끊을 때처럼 작은 문으로 열어 민원을 접수하는 식 구조로 된 관리사무소 그리고 그 옆에 통제실이 있었습니다. 통제실에 있는 관리 아저씨에게 방문증을 요청하였습니다. 복지관과 사회복지사에 대한 소개를 하고 최대 연장기간은 3일이라고 합니다. 주 2회정도는 꾸준히 방문할 구실이 생겼습니다. 통제실에는 수많은 CCTV 화면이 있었습니다. 관리 아저씨께서는 정성스럽게 주차증 2부를 수기 작성해주셨습니다. 주차증을 끊고,


다시 정자로 향했습니다. 때마침, 실습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사례 실습 선생님들 이제 32단지로 가신대요. 선생님 안 계셔서 인사 못 드리고 간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관리사무소에 가셨다고 하는데 맞으신가요?

“어찌 아셨어요? 하하”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이 사회복지사님들 주차증 끊으러 관리사무소 갔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소문이 참 빠르고, 뭔가 저희에 대한 애정을 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자에는 9~10명의 주민분들이 앉아계셨습니다. 그리고 실습 라운딩을 마친 지역3 실습 선생님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어르신 및 아주머니들에게 '자랑스럽게' 주차증을 보여드렸습니다.

“진짜 끊었네? 낮에는 괜찮다니깐~!
“에이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면서 새로운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기관업무, 오후에는 다음날 워크숍 일정이 있어서 준비해야할 것이 있어 주민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르신! 저희 오늘 이만 일찍 가봐야할 것 같아요.
“어디가게?

“요 앞에 카페가서 일을 할게 있어서요!
..., 그리고 저희 내일 실습 선생님들이랑 지방에 가야해서 못 올 것 같아요.오늘처럼 기다리지 마세요! 저희 월요일에 올께요!!

그리고 인사를 드린 후 나오는 길에, 실습 선생님들도 같이 일어났습니다. 저희는

“선생님 여기 더 어르신들과 이야기 하셔도 되요!. 저희는 지금 일어나지 못하면...

그러면서 정자에 계신 주민분들이 실습선생님들에게,


“그래~여기서 할머니들이랑 놀아!! 하하하”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카페 근처에 홀로 앉아 있던 김파란 남성 어르신에게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이고 어르신도 여기 계셨네요. 오늘은 집 앞에 안계시고, 정자로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어르신 앞으로 자주 뵈어요!
“으.
..어...


모든 분들과 인사를 드리고 주민만나기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쯤 카페에 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팥빙수를 주문했습니다. 비용 부담이 있어 사회복지사와 실습생들과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로 4명 중 2명이 결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과정이 즐거워 보였던 카페 사장님께서 웃으시면서


“사회복지사이신가요? 힘드시겠어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있나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사장님도 고생 많으시네요^^”


인사를 건내셨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매번 커피를 직접 볶는 로스팅 작업 때문에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사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박현진 선생님이


“여기 인스타보니깐, 팥빙수 유명하대요~”

말을 시작으로 마을신문 이야기까지 오고 가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커피가 다 나오고 평소 한 그릇 나오던 과자가, 오늘은 양이 더욱 많고, 두 그릇으로 나왔습니다. 관계를 맺으니, 서비스가 달라졌습니다. 기뻤습니다. 오늘 모든 것들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함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가치있게(?) 대화를 했던 주민 7명을 만나 뵈었고, 같이 대화를 하던 분들 11명에게 인사를 건낸 하루였습니다.


오늘 카페에서 실습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실습 선생님들은 스스로 ‘다시’ 주민을 만나러 갔습니다. 개별 활동을 통해 주민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민분께서 실습 선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셨다고 합니다. 실습 선생님들께서 메신저를 통해 멜론 아이스크림 사진을 보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고 싶었습니다만 4시에 사례관리 당사자 어르신을 만나 뵈어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었습니다.


오후 4시 사례관리 당사자 상담은 일일기록과 별개로 상담일지로 작성하였습니다.


날씨는 더웠지만, 가슴은 뜨거웠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