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일 사회복지사의 2017년 7월 5일 이야기
■ 원천동으로
출근 길 원천동 주공아파트에 주차를 하게 됩니다. 주공아파트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파트와 달리 일방통행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합니다. 정문(남쪽)으로 들어와 우리가 주차하는 곳은 후문(서쪽)부근입니다. 덕분에 주차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동네 한바퀴를 돌 수 있어 현재 주공아파트의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폭염의 날씨로 인해 햇살이 따가웠습니다. 낮 시간에는 어느 동네에 가도 활동하는 사람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32단지에 비해 주공아파트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그늘이 많아 집에 있기 집에 있기 답답한 주민분들이 밖으로 나와 사색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 원천동에는 왜 꽃집이 많을까?
처음 원천동(주공아파트와 연립주택 사이 도로)에 왔을 때 꽃집이 많아 ‘왜 꽃집이 많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보통 편의점이나 카페가 많은 것에 익숙해 꽃집이 있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수요층은 누구일까? 왜 그렇게 몰려 있는가?’ 궁금한 것을 오늘 풀기 위해 한 꽃집에 방문하였습니다. 40~50대로 보이는 여성 사장님께서 홀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거리에 꽃집이 많은데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라고 여쭤보았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조금 당황해하시면서 “물어보는 이유가 뭔가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인데, 문득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꽃집이 많아 무슨 이유와 파생된 그 무엇이 있는지 그냥 궁금해서요. 헤헤” 사장님께서는 제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이 거리에 3개의 꽃집이 있는데 가장 아랫방향에 있는게 먼저 생기고, 그 다음 중간에 있는 꽃집이 3년 전 쯤 개업했고, 제일 마지막에 개업한게 우리가게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몰려 있는 이유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고, 임대비가 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주대 삼거리 중앙거리는 임대 및 권리금이 150~180만원 내외인데, 꽃집은 그렇게 많은 값의 권리금을 내고 운영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임대료가 싸고 어느정도 사람이 지나가는 곳을 찾아 이곳을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 연령대분들이 많이 사가시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저희집은 다른 꽃집과 달라요. 좀 저만의 퀄리티가 있어요. 나름 요즘 트렌드에 맞춘 플라워리스트이지요.사는 사람들은 주로 병원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사더라고요.”
꽃집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대다수 소규모 자영업 상가주분들이 그렇듯, 운영을 할 수 있는 곳에 개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말씀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특이한 질문을 하는 청년 사회복지사’ 라고 생각했을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꽃을 사는 소비자로서 다가갔다면, 이런 아이러니한 소통과 관계는 형성되지 않았겠지요?
웃으며 감사하다고 또 들리겠다고 인사를 드린 후 기분 좋게 가게를 나왔습니다.
■ 주민만나기
주차를 자주하는 곳 옆에 아파트 내 정자가 있습니다. 어르신 2명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가 앉았습니다. 두 분이서는 서로 대화는 하지 않으셨고, 그저 사색을 하셨습니다. 저는 3분 동안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휴대폰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건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르신 죄송하지만, 여기서 음식물을 먹어도 되는가요?”
“먹어도 되지요. 다만 음식물이나 쓰레기 잘 치우고 가야해요. 안그럼 개미가 많아져서...”
첫 질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 오늘 복장을 보니, 어디 다녀오셨나 봐요?” 라고 하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르신은 근처 의료기기 체험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집에만 있기엔 심심해서 멋지게 차려입고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래 문경에서 오래살다가 여기로 이사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 하나의 의견을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 날씨가 너무 더우시죠? 제가 수박을 사서 여기서 먹을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혼자 먹게? 아님 나도 주는거야?”
“에이~수박이 얼마나 큰데요 어르신!, 저 혼자 다 먹을 수 없죠. 저 여기 자주 올건데, 같이 드시겠어요?”
“좋지~”
어르신께서는 제 조끼에 달려있는 ‘광교종합사회복지관 한승일’ 뱃지를 보시면서
“복지사야? 여기 뭐하러 왔어?, 뭐 해주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무엇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동네 주민분들이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그러면서 월급을 받아? 이해가 안되네...하하”
어르신과 이런 방식으로 소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옆에 앉아계시는 어르신과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두 분이서 노령연금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저 할머니는 노령연금 받고, 나는 안 받아 자식이 있어서 나는 안준대~”
“아이고 형님은 부자잖아요. 나는 뭐 하나도 없어요. 숙희 할매는 노령연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힘들다고 하더만~”
이러면서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정보에 대해 나름 잘 알고 계시면서, 공공제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조사를 너무 많이하고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얼마 전 105동에 사시는 한 어려운 어르신이 있는데 반찬을 나눠주는 것과 관련하여, 이야기해주셨습니다. 105동에 사시는 어르신은 남성 자녀 1명 있는데, 일도 하지 않고, 국가혜택을 아무것도 못 받고 있어 힘든 어르신이라고 합니다. 도시락 신청해서 탈락되었는지는 모르나, 딱해서 경로당 사람 몇몇 끼리 반찬 남은 것을 주거나, 가끔 생각이 나서 떡을 사서 주거나, 경로당에 있는 설탕을 드리거나 하였다고 합니다.
복지지원이 아니더라도 주민들 간 도움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그 어르신 105동에 사시는 것만 알고 어디 사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 분이 오시기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네에 반찬을 필요하거나, 반찬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광교노인복지관에서는 9~10가정에게 도시락이 지원되고 있다고 광교노인복지관 이호민 사회복지사에게 현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와 밖에도 경로당 또는 주민들 간 보여지지 않게 반찬을 서로 나눠주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예전, 도란도락사업 초기 주민들이 반찬을 만들고 그 반찬을 나눠드리는 일을 계획했으나, 잘되지 않아 진행하지 못한 것들이 생각났었습니다. 마을이 있고 주민 간의 인정이 있으니, 제가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은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하고 계셨습니다.
처음 정자에 두 명의 어르신이 있었으나, 많은 동네 어르신들과 청장년분들이 정자로 오셨습니다. 무슨 약속의 장소인 것처럼 말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교회를 다녀왔다가 동네 분들에게 전도하려고 전단지 4장을 가져온 어르신, 일을 하다 무더위를 피해 잠시 쉬던 관리사무소 직원들, 야쿠르트 아주머니와 서로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알고 지내던 주민 어르신들 모여 사람냄새가 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경로당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 방문하니, 노래교실이 진행되어, 어르신 10명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계셨습니다. 젊은 청년이 경로당에 들어와 구경하니, 부회장님이 오셔서 인사를 건내주셨습니다. 어느 한 쪽에서는 주민들의 소리, 다른 한 곳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져 사람냄새가 나는 인정이 넘친 곳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주민들에게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끊임없이 무엇을 보수하러 돌아다니고, 정자에 앉아 있던 어르신들에게 “에어컨 설치해드릴까요?” 하면서 농담으로 인사를 건내거나, 어르신들이 불만이 있는 민원에 대해 즉각 잘 처리를 해주신다고 합니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드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따라 중학생들이 무리지어 많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디학교인지 물어보니, 원천중학교라고 합니다. 시험기간이 빨리 끝났다고 합니다.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해주니 마지막은 학생들이 저희에게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주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홀로 다니는 학생은 주로 없고, 3명부터 많게는 7명이서 남녀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친구간 우정이 돈독하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용품을 사기위해 인근 편의점에 방문했습니다. 결제를 할 때 50대 여성 사장님께서 저를 위아래로 쳐다보셨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말을 건내 주셨습니다.
“머리 시원하게 자르셨네요? 하하”
“아이고. 그런가요? 이상한가요?”
“예뻐요 하하 학생인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하하”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해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주민만나기를 하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있게 들리고, 긍정적으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져 거점인 ‘카페다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지난 월요일부터 항상 2~3시간정도 주택 현관 입구에 앉아 계시는 고령의 남성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오늘 기회가 되어서 다가가 인사를 건냈습니다.여기에 사시는지, 뭐하고 계셨는지 궁금함을 여쭈었습니다. 어르신의 목소리는 다소 아픈 목소리였습니다.어르신은 이사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이렇게 밖에 나와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근처 가까운 경로당이 있는데 왜 가시지 않으신지 여쭤보니, 어르신은 면역력이 약해 그런 곳에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어르신과 중요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인사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주민과 소통하고, 동네를 알아가는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 주민만나기를 어떻게 실적화 할 수 있을까?
사전 단위사업을 계획할 때 주민만나기 실적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인사만 해도 주민을 만난 것인가? 5분 정도 이야기한 주민을 만났다고 실적화할 것인가. 뭔가 추상적이고 주민을 만나 담당자마다 다르게 측정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박현진 선생님과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주민을 주민만나기를 했다고 할지, 핵심주민을 만날시 주민만나기 실적을 잡을지 둘레으로 잡을지 등 여러 가지 궁리를 하였습니다.
일단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없어 4가지 크게 카테고리화 하였습니다.
1. 주민 만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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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주민만나기 활동 횟수 |
2. 사례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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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당사자 발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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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당사자 상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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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례관리 내외부 연계 |
3. 둘레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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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적자원 (둘레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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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물적자원 (둘레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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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둘레사람(자원) 연계 |
4. 동복지허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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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례회의 및 기타 회의 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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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원천동 보장협의체 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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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협력사업 |
위와 같이 조금 더 구체화 하였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계속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생각, 보태기
원천주공 아파트 단지는 나무가 오래되고 울창하여, 여름이 되면 매미소리가 많이 들린다고 합니다. 최근 많이 번식된 중국 매미 (맴!---------) 울움소리가 약간의 소음이었으나, 한국 매미(맴맴맴매~매앰~) 소리가 들을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어릴 적 듣던 그 추억의 매미소리와 함께 사람냄새 나는 마을에 있을 생각하니 기쁩니다.
또 하나, 거점인 ‘커피다움’의 화장실을 이용하다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남녀공용 좌변기, 남성용 소변기가 있는데, 휴지를 버리는 쓰레기통이 항상 닫혀져 있습니다. 그 쓰레기통은 발로 밟으면 뚜껑이 열려야하나 발판이 고장이 나서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지로 그 뚜껑 위를 살짝 만져 들어 올려서 쓰레기를 넣거나, 비위생적이라 생각하여, 변기 또는 휴지통 주변에 휴지를 버리거나,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휴지통 하나만 새로 바꾸면 좀 더 깨끗하게 모두가 사용하고, 사장님 또한 편리해질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주민에게 거창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그 무엇인가의 환경을 조금, 살짝 바꿔(?)주거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면 주민들도 열린 마음으로 더 좋은 세상, 동네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