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10월 13일 이야기
▪ 엽서는 감사를 싣고
어제오늘, 저는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지난 ‘공동모금회 추석행사’에서 작성했던 엽서를 받으신 분이 매우 감동하셨다고, 안재현 선임사회복지사를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누가 받을지도 몰랐지만, 읽고 기분이라도 좋으시라고 썼던 엽서였는데, 이후의 이야기가 들려올 줄은 예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씨 끄적이는 일이나, 조그맣게 그림을 그리는 것. 제가 잘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사소한 일에 작은 마음을 담았더니 받는 사람의 마음도 따뜻해져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또 도시락 배달을 하러 갔을 때, 당사자로부터 고마움의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명절특식 전달 때, 당사자분들에게 명절 엽서를 써서 드리는 일을 했었는데, 당사자 한 분이 오늘 저를 보고 반가워하시며 편지 너무 고마웠다고 하셨을 때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말에 감사했습니다.
▪ 쌀쌀한 날씨, 따뜻한 밥 한 공기
무더웠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오랜만에 방문한 원천동은 쌀쌀한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늘은 원천휴먼시아 경로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날입니다. 일찍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 바로 앞 정자에 앉아있었는데, 경로당 회장님이 나오시더니 추운데 왜 거기 있냐며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들어가 보니 한창 상을 차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가득 찬 밥 한 공기를 보니 감사한 마음에 마음도 풍족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밥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농담을 주고받는 편한 분위기에서 하는 식사라 그런지 너무 재밌었습니다.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로당을 다니시던 어르신 한분이 어제 밤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봉사정신이 정말 투철하셨던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만나 뵈었던 분은 아니지만 오늘 만나 뵌 주민분들 모두 그 분에대한 칭찬과 먼저 하늘에 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은 요즘 동네에 자꾸 까마귀가 날라 와서 운다고 하시면서, 자기 눈앞에 보이면 항상 내쫓는다고 하시면서 더 이상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오늘은 반찬이 맛이 없었던 거 같아~”, “먹을 게 없었지?”, “괜히 미안하네~”라고 하시는 회장님께 맛있었다고 끊임없이 감사의 말을 하면서 마음을 달래드렸습니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함께 같은 상에 앉아 밥을 나누어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처음 뵌 어르신들까지도 저희를 편하게 봐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앞으로 경로당을 자주 찾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제 마음처럼 경로당 바닥도 아주 따뜻했기때문입니다.
▪ 아나바다 벼룩시장
오늘 주공아파트를 둘러보니 ‘아나바다 벼룩시장’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부녀회 주최로 21일(토)에 벼룩시장을 연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현수막을 보자마자 ‘부녀회장님한테 전화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8월부터 거의 부녀회장님을 만나 뵙지 못했기도 했고, 벼룩시장에 대해 여쭤보기도 할 겸 혹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여 전화를 드려야겠다싶었습니다. 벼룩시장에 함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주민들 주도로 만든 행사에 함께하려는 것이니만큼 조심스러웠습니다. 발휘되고 있는 그분들의 역량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벼룩시장에서 후원품으로 들어온 식용유를 판매하기로 하였습니다. 부녀회장님도 소박하게 파는 거라면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토요일에 진행되는 벼룩시장은 주로 젊은 어머님들이 참여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용유 판매를 너무 급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 부녀회장님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볼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우면서도 죄송스러웠습니다.
드디어 동네주민이 한데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주민들에게 더 잘 다가가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물고를 어떻게 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함께 잘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원천동 주민들에게도 저희에게도 모두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