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사회복지사의 2017년 9월 15일 이야기
▪ 『어제보다나은오늘』 의 첫 번째 독자
오후에 원천동 커피다움에서 저와 한승일 복지사는 이제 곧 나올 책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원고를 읽은 이은성 실습생의 감상평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장님과 부장님을 제외하고 제 3자로부터 감상평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든 감상을 듣고 나니 하나하나 소중하고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기 쉬운 책입니다. ▸작성한 사람들마다 개성이 녹아있어 재미있었습니다. - 김륜지 : 대학교 레포트와 같은 느낌이 납니다. 자신의 고민이 담겨있지만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 맹준성 :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인용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 박현진 : 넷 중에서 가장 무난했습니다.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을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한승일 : 자신의 성격이 가장 많이 드러났습니다. 고민에 유쾌함을 담아 가볍게 풀었습니다. > ▸똑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서론에 설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각 담당파트마다 자기소개에 자신의 성격(≒글의 성격)을 나타내는 문장을 처음에 써서 독자에게 알리면 더 좋겠습니다. ▸닫는 글에 현재에는 원천동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책 표지에 담긴 소제목을 같은 이야기를 4명이 다르게 풀어내었다는 의미를 담아 수정할 것이고, 여는 글과 닫는 글 또한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독자로 하여금 책에 대한 이해와 이후 결말을 예상해볼 수 있도록 수정하고자 합니다. 책을 내기 전 이렇게 소중한 의견을 준 이은성 실습생께 고마웠습니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에 대해 생각하는 한승일 복지사에게는 ‘누군가에게 정보나 팁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제 생각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나온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겠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사회복지사에게 가볍게 읽는 것으로 용기를 가지게 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원천동에서 처음 맞이하는 추석, 어떻게 보낼까?
7월부터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관계를 형성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추석을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한승일 복지사에게 말해왔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학기 중 실습 일정에 ‘추석 아이디어 논의시간’을 넣었나봅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원천동에서의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함께 논의했습니다.
우선은 가장 먼저 추석행사하면 떠오르는 ‘송편만들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송편행사는 사례관리팀에서 작년에 당사자 분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원천동에 사시는 최○자 당사자님 댁에 모여 함께 송편을 만드는 행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최○자 당사자님이 ‘송편행사를 하고는 싶지만 몸이 좋지 않아서 적극적인 참여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고 한종민 복지사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가장 좋은 그림의 송편만들기 행사는 지역주민들이 조금씩 재료를 보태어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어보니 생각보다 원천동에서 이런 그림을 이루기에 어렵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지난 수박행사를 하고 나서도 조금씩 보태어 함께 나누는 것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동네사람들에게 나눔에 대한 인식이 깊게 자리잡아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후에는 경로당에서 윷놀이하기나 추석감사편지쓰기 등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아이디어가 더 이상 샘솟지 않아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자 등나무벤치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등나무벤치는 대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한승일 복지사가 운을 떼었습니다.
“이번 추석은 어떻게 보내세요?”
여느 추석명절의 모습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아파트 내부에서는 특별히 추석이라고 해서 행사를 한 적이 없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승일 복지사는 이어 “같이 송편 만들기나…, 윷놀이처럼 같이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등나무 벤치에 앉아계셨던 분들은 “왜? 뭐하게?”라고 호기심을 보여주신 분도 계셨고, 아닌 분도 계셨습니다. 그 중에는 “그런 거 하려면 부녀회장님한테 물어봐~”라고 알려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어느 정도 의견을 수렴한 뒤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경로당으로 가는 길에 ‘너무 물어볼 것만 물어보고 가는 거 아닌지’라고 우려 섞인 말을 전하니 자연스럽게 말하는 게 어렵다며 고충이라 하셨습니다. 저 또한 예전에 ‘할 말만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던터라 한승일 복지사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이후 경로당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 경로당 회장님과 나눈 이야기
추석 때는 다들 자녀들이 오다보니 경로당에 1~2명의 어르신들만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추석이라고 해서 특별히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그런 것은 보통 부녀회에서 챙기는데 이번에는 경로잔치도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서운해 하셨습니다. 이어서 회장님은 경로당 회장이 되고 난 이후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회장님은 어려운 관계 속에서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 항상 고민하시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보이는 회장님의 모습은 굉장히 결단력 있는 강한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반겨주시는 모습이나 농담을 섞어가며 말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부드러운 분인 것 같다는 느낌도 함께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대화가 오고가는 때 회장님께서는 이은성 실습생을 보고 “지난번에 주민센터 과장인가, 팀장인가 하는 사람을 봤는데…”라며 기억을 더듬으시는 것을 보고, 저희 셋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회장님께 원천동 주민센터 복지팀장님이 이은성 실습생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려드렸습니다. 회장님은 그제서야 “아~! 그래? 난 또 그분이 오늘 오신 건줄 알았잖아! 분명 어디서 봤는데….” 회장님은 눈썰미가 참 좋으신 것 같았습니다. 실습생도 놀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하하호호 웃으며 오늘의 만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께 “조만간 또 놀러올게요~”라고 인사를 드리니 “다음에 언제?”라고 하시면서 꼭 노래교실이 없더라도 자주자주 놀러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뵙기는 어렵겠지만, 종종 지나갈 때 얼굴이라도 비추면서 인사를 꼭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